요즘 나름의 실험(?)을 해보면서 르뱅 상태, 발효 상태에 따라서 같은 레시피라도 참 다른 사워도우가 나오는구나를 깨달았고, 떡지지 않고 어느 정도 기공이 나오는 발효 상태란 어떤 건지 조금 알게 된 거 같아요.
이제 슬슬 타르틴의 베이직 컨트리 브레드 기본 레시피를 넘어서 응용 및 다른 레시피로 넘어가려고 해요. 그렇지만 그전에 한번 더 감?을 익히기 위해서 기본 레시피를 다시 한 번 연습해보았어요. 사실 진짜 "마지막"은 아닙니다! 기본기가 중요한 만큼 꾸준히 계속 만들어보겠지만, 이제부터는 다른 레시피들도 만들어보려고 해요.
발효 시간, 늘여접기 횟수 등을 엄격하게 따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르뱅과 반죽의 상태를 보고, 냄새를 맡고, 촉감으로 느끼면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같아요. 사실 <타르틴 브레드>를 읽으면서, 은근히 감각적인 묘사와 설명이 많아서 놀랐어요. 채드 로버트슨이 직접적으로 감각, 본능의 학습을 중요하게 언급하기도 해요.
전통적이고 직감적인 베이킹은 글로 쓴 레시피만으로는 다 전달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미생물을 공부하지 않아도 베이커들은 베이킹 과정의 미묘함을 먼저 이해한다. 발효는 그들에게 제2의 본능이나 다름없다. 발효를 그들 자신의 바이오리듬과 연관 지어 이해했다는 말이다. (p.13)
시작할 때 시간과 온도로 체크하는 것도 좋지만, 각 발효 단계마다 르뱅과 반죽이 어떤 상태인지 '코'로 읽어내는 방법을 익힌다면 성공적인 베이킹 경험을 기억해서 반복하며 여러분의 기술로 발효과정을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p.74)
제프리 해멀먼도 <브레드>에서 빵 만들기에 있어서 기술적인 공부, 학문적 지식 이상으로 감각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청각, 촉각, 후각, 시각 그리고 미각. 빵은 이 모든 감각이 필요하다. 빵은 항상 우리에게 말을 걸며, 우리가 마음과 감각을 모두 완전히 열었을 때 비로소 섬세하면서 확실한 빵의 언어를 하나씩 배우게 된다. (p.43)
(빵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니, "빵의 언어"라니! 이런 표현들만 봐도 제프리 해멀먼은 뭔가 유쾌하고 재밌으면서 통찰력있는 사람이었을 거 같아요)
베이킹이 굉장히 "과학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점점 빵을 만들면 만들수록 직관, 감각, 본능의 영역임을 느끼고 있어요. 아주 묘한 영역인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정확하고 꼼꼼히 레시피나 시간 등을 기록해야지라는 마음 가짐으로 블로그에 기록을 시작했는데, 이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많이 만들어보고 만져보고 느껴보면서 감각을 체득해나가야 하는 거 같아요. 숙성된 향이란 어떤 향인지 (얼마만큼 시큼하고 달달한 향인 건지), 발효를 완료해야 할 시점의 반죽의 촉감, 윤기, 탄력은 어떤 것인지 등을 말이에요. 누군가의 지도 없이 홈베이커로 혼자서 공부하면서 이런 감각을 학습하고 체화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요..!!
오늘은 그래서인지 그냥 흘러가듯 쓱쓱 만들어봤어요. 아무래도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레시피라... 기존에 연습하던 것보다 양은 좀 줄여서 해보았어요.
지난 번에 아주아주 예쁜 기공이 나왔던 사워도우에 비해서는 살짝 아쉽지만 (이제 점점 기준이 높아지는 거 같아요..!) 그래도 아래와 같이 꽤 괜찮은 아이가 나왔어요.
만드는 과정을 간단히 보여드리면 다음과 같아요.
<타르틴 브레드>의 베이직 컨트리 브레드 레시피 (p. 50)
재료 |
양 |
베이커의 백분율(%) |
물 (약 섭씨 26-28도) |
187.5g (실제로는 188g 넣었습니다) |
75 |
르뱅 |
50g |
20 |
밀가루 총량 |
250g |
100 |
강력분 |
225g |
90 |
통밀가루 (한살림 통밀) |
25g |
10 |
천일염 |
5g |
2 |
(타르틴 레시피 참고)
르뱅 준비 상태
- 요즘 발효종: 밀가루 (통밀, 강력분 반반): 물 = 1: 8: 8로 하루에 한 번 밥을 주고 있어요. 하루 전 밥을 주고 다음날 사용했어요.
- 부피는 약 2배 정도 증가. 물에 떴는데, 다 뜨지는 않고 속에 있는 발효종을 물에 넣어보니 일부는 가라앉는 애들이 있었어요.
간단한 반죽 과정
- 물 + 르뱅 + 강력분 + 통밀
- 약 40-50분 휴지 (오토리즈 과정) :
- 소금과 물 일부 넣고 쥐어짜듯 섞기
- 1차 발효 시작 (약 4시간) 30-40분 간격 약 4번 접어주기
- 가성형과 중간휴지 약 15분
- 최종 성형
- 2차 발효: 실온 약 1시간 반 -> 냉장고 저온 발효 (약 9시간) -> 실온 약 3시간
- 스코어링/ 칼집내기: 도루코 면도날+ 젓가락
- 굽기: 230도 예열 후 스팀오븐 기능으로 15분 돌려준 후 시작. 3분 스팀오븐 -> 20분 후 뚜껑 빼고 -> 23분
아래 사진은 1차 발효 완료 시점. 발효가 꽤 잘 된 것 같았는데, 그래도 한 20분 정도? 발효를 더 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시간이 없어서 일단 이대로 종료했어요.
아래는 2차 발효 완료 시점의 반죽 상태.
완성된 사워도우! (스코어링이 여전히 어설퍼서 살짝 슬펐다는...!)
그래도 이런 쫄깃쫄깃한 빵이 나왔습니다. 맛있어요.
나가며
이제 뭔가 1차 발효, 2차 발효 시점을 대략적으로? 알 거 같아요. 더 연습하다 보면, 좀 더 감각이 체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베이직 컨트리 브레드 1차 연습을 마무리하고 타르틴 브레드의 다른 레시피들을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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