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가 집 근처로 놀러와서 이번 주에 만든 타르틴의 사워도우 빵 (곧 포스팅을 해야하는데! 미리 살짜쿵 공개! 진짜 마음에 드는 기공과 식감이 나왔다!!) 을 선물로❤️ 베이킹(?)은 아주 기나긴 준비와 만드는 과정을 거쳐 누군가가 먹는 순간에 비로소 완성되는 거 같다.
- 친구랑 헤어지기 직전, 해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응?) 약물학 시간에 교수님이 잡담으로 한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난 이 교수님이 갑자기 딴 길로 새며 다른 이야기를 하시는 게 좋다. 은근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인간의 뇌는 어렸을 때 거의 다 완성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기들이 머리는 크고 몸집은 작다고. 그렇지만 해마의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서 커질 수 있는 부위라고 한다. 해마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선천적으로 지닌 해마의 상태는 각기 다를테니 기억과 관련된 능력 또한 천차만별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천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를 인지하고 습득하고 기억하는 노력을 꾸준히 하며 이 부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렇지 않는 삶을 살다보면 당연히 그 능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는 말과 함께. 치매 예방 등을 위해서라도 뇌는 계속 써주는 게 좋다라는 말은 흔하다. 그래서 교수님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별로 특별할 게 없지만, 해마가 유년기, 성장기 이후에도 커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그리고 인간의 기억이 만들어지는 생물학적 기전 역시 여전히 신기하다. 기억은 반복적인 자극에 의해 수용체(AMPA -> NMDA)가 열리며 (칼슘 이온 유입을 필두로 한) 일련의 신호전달 과정을 통해 시냅스 신경들에 변화(특정 유전자 전사 유도 등)가 나타나면서 시냅스 연결 구조가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기억이란 시냅스의 확장인 것이다. 이 "작은" 뇌(심지어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은 대뇌이다. 뇌의 일부분. 그렇다고한다면 정말 작다.) 에서 시냅스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고, 인간의 뇌는 얼마나 많은 기억을 저장할 수 있는 걸까. 한편으론, 이 기전에 아주 작은 사소한 문제가 발생해도 장기 기억으로의 전환은 어려워진다. 아무리 좋은 경험을 하고 관계를 맺고 추억을 만들어도, 기억은 더 이상 쌓일 수 없다. 얼마나 이상스러운가.
- 되도록이면 앞으로는 주말에 베이킹을 쉬려고 한다 . 주중과 주말의 시간의 템포를 다르게 가져가고 싶다. 주중에는 되도록 으쌰으쌰 몰두하고(?) 깨어있는 삶을, 주말에는 머리와 몸을 비우는 삶을. 갈수록 적절한 채움과 비움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이번 주 기쁜 소식 한 가지. 백만 년 전에 투고했던, 작년에 에디터로부터 연락이 왔던 논문이 최종적으로 accepted 통과되었다. 지난 주 저널 에디터로부터 정식 메일을 받았고, 엊그제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Congratulations on the acceptance of your article for publication in ... Your article has been received and the production process is now underway ... " 아직 실감은 안 나는데, 무언가 속이 시원하다. 홀가분하다. 인류학에 발을 담갔다는, 아주 작은 징표이자 흔적이고 추억이다. 진짜 논문이 나와야 실감이 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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